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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철환 "정월 대보름" - 보름달에 큰 소망 빌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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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진군 부군수, 전 충청남도 농림수산국장

기축년 정월 초하루 해가 바뀌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담 인사를 나누다 보니 벌써 보름달이 다가왔다. 금년 설은 하도 많은 눈으로 고향을 찾는 자녀들과 일반 귀성객들의 불편함은 말할 나위도 없이 서울에서 당진까지 열서너 시간씩 소요 되었다 하니 아마도 오래오래 고향길을 기억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2001년 당시보다 더 많은 폭설량이니 농가피해와 아픔도 만만치 않다.
옛기록에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 하여 설날만큼 비중이 큰 명절로 여겨왔고 그러기에 정월을 가르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화합하는 달이라고 했단다. 설날은 친사촌을 확인하고 혈연 의식을 다지는 날이라지만 보름날은 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동신제(同神祭)를 지냄으로써 이웃사촌임을 다시 알게하는 명절 날이라 했다.
다시 말하면 혈연을 찾고, 마을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적 삶을 확인하는 세시풍속은 지금까지 전통사회를 지탱케 한 기둥과 서까래 구실을 해오고 있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닐까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보름달이 찾아왔다. 해충잡아 풍년농사를 희망하며 논둑의 잡초를 태우고 광솔불로 달군 깡통 쥐불놀이로 윗마을 아랫마을이 경쟁하면서 열나흘과 보름달 보름달 밑에서 분주하게 뛰어놀던 어린시절 추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1년 내내 부스럼과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들으며 깨물었던 땅콩이나 호두, 밤 등의 맛도 기억해 본다. 게다가 요즘은 자주 볼 수 없지만 그 옛날엔 다리밟기 풍속도 있었다. 정월 보름에 열두 개의 다리를 밟으면 열두 달 동안의 액운을 막을 수 있다하여 온 동네 짧고, 긴 외나무 다리를 밟느라 시끌벅적도 하였었다.
어찌되었던 대보름달은 먹는 것도 많아서 아홉그릇 오곡밥에 호박고지, 무우고지를 비롯하여 나물, 버섯 등이 아침 밥상에 올랐다. 아마 이와 같은 아름다운 풍습들은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교훈이 아닌가도 생각든다.
보름달 아침 일찍 일어나 더위를 파는 풍속은 남보다 먼저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고, 밤, 호두, 잣 같은 부럼을 깨물어 뱉었던 것도 건강을 기원하며 단단한 껍질을 깨야만 고소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가정적 교훈이 서려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 좋은 풍속들이 지난해 말 불어닥친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는 큰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네 살림을 도려내는 시련을 겪고 있는 틋에 금년 설 명절은 유난히도 썰렁했단다.
고향을 찾았던 자녀들은 차례를 마치자마자 되돌아가야만 했던 모습도 옛 같지가 않아 보였단다. 어찌하겠는가? 이것이 우리네 현실이고 실정이니 말이다. 그래도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로 버텨왔던 국민들이기에 다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역경을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다행히 금년은 소의 해이다.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은 살아남는다. 오늘 밤 우리당진 마을 곳곳에서 쥐불놀이와 함께하는 지신(地神)밟기로 또 다른 삶의 힘을 축적해보자. 대보름큰달을 쳐다보며 가정의 행운과, 동네의 안녕, 그리고 나라의 번영과 경제회생을 소망해보자.
이제 입춘도 지났으니 새봄을 맞이하여 지난해 생활의 묵은 때를 말끔히 벗기는 그런 대보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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