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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 김귀자 - ‘존엄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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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대건노인대학 교학부장

먼저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기로 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둘째, ‘존엄사’의 개념을 사람들은 ‘안락사’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큰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DNR(Do Not Resuscitate:소생술 거부)에 서명하는 사람이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점이다.
위와 같은 문제에 관하여 지난 11월 28일 첫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치료중단의사 추정 가능하면 인공호흡기 제거해도 좋다”라는 판결이 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하는 존엄사(尊嚴死)가 법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지수다. 병원에서 항소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는 존엄사의 개념을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존엄사란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근거를 둔 개념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 죽어가는 과정에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영양치료 등 생명연장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 판결은 안락사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만 놓고 판결한 것”이라고 한다. 재판부에서도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존엄사 인정기준으로 대두되는 문제는 ‘회복 불가능성’과 ‘본인 의사’이다.
최근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할 경우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생명연장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있다. 즉 ‘사전의료결정(advance directives)’ 제도이다. 법적 근거없이 2000년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지만 이번 판결로 이 제도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결정을 가족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의료결정’은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 본인의 가치관이 반영되어야 한다. 
말기 암 환자에서 ‘의미 있는 삶’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기간’만 연장시키는 의미없는 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있으며, 그 결정은 법적으로도 보장되어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결정에는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가치관이 반영된 ‘사전 의료지시(존엄사 선언)’이라는 양식을 통해 문서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 문제를 환자와 상의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환자 본인이 병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발적 의사로 진료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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