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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 이 시대 진정 어른으로 산다는 것 - 이한복 면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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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우리들은 그저 별생각 없이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어른만 되면 무엇이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염원하던 어른이 된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근 대두된 현안들을 중심으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로 하자.
 지난 5월 초 당진읍내에 있는 모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공원에서의 일이다. 늦은 오후인 9시가 좀 넘어 밤이 제법 깊은 시간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몇 몇이 술에 취했는지 큰소리를 내며 술병인가를 집어던지며 깨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냥 외면하고 지나칠 뻔했지만, 직업적인 본능이 발동하여 서서히 다가가 동태를 살펴보았다.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건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술에 완전히 취해 비틀거리는 학생들과 공원 바닥은 깨진 병조각으로 어수선하였다. 여하간에 충고 반 설득 반의 지난한 시간을 보낸 후에 결국은 집 근처까지 안전 귀가를 시켰다. 그런데 뒤돌아서서 오는 내내 여중생들에 대한 질책보다는 오히려 미안함이 마음 한 편을 짓눌러 발걸음은 너무도 무겁기만 하였다.
 도대체 순진하기만 이 여중생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이 여학생들은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 석문까지 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왔다고 한다. 제아무리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계도 활동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여전히 사회 한구석에서는 자신의 아주 작은 이익에 연연해하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반면교사의 교훈이 언 듯 뇌리를 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금의 학교 교육과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얼마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기다림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가?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청소년들이 촛불 문화제에 상당히 많이 참가하는데 일각에서 제기한 배후 조종론에 대하여 솔직하게 얘기해 보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청소년들의, 나약하게만 여겨졌던 여학생들의 절규 가득한 외침에 우리 어른들은 도대체 어떻게 화답했는가? 여전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들에 의한 움직임이라든지, ‘학생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 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은 너무도 소박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경제를 살려 서민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막연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껏 해온 행태를 볼 때 여전히 세계 경제의 흐름 탓으로 돌릴 것이 자명하지만 막연한 기대에 대하여 국민들이 치르는 대가는 너무도 치명적이고 아픔이 깊기만 하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그 결과에 대하여 충분히 예측 가능하였으나 역시 막연한 기대를 너무 크게 하였다. 인수위 시기부터 삐걱거리던 정책들은 이제 우릴 사회를 완전한 혼란 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유가 인상과 생필품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보다 오히려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부담을 가정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겠는가?
 이제 극히 소수만을 위한 공교육 포기 정책과 교육 시장화 정책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만 한다. 인수위 시절부터 추진하려던 ‘영어 몰입교육’은 사라지고 온 나라가 ‘영어교육 몰입’에 빠져 혼돈을 거듭하고 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만들기’라는 학교 교육의 본래 목적은 안전에도 없고, 학교 교육이 망해가고 있다며 그저 전학교의 학원화에 전념하고 있다.
 입시 경쟁 교육을 가속화시킬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학교 등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와 4·15 공교육 포기 학교 학원화 계획(4·15 계획)의 추진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는 너무도 자명하다. 역시 막연하게나마 ‘내 자식만큼은 아무리 문제가 많더라도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승리자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 우리 부모의 심경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트리나 포올러스가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시사한 바와 같이, 승리자의 최후가 어떠한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에 그러한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 소중한 우리나라의 내일을 위해 어른들이 더 이상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나아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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