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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철환 전 당진부군수 - 당진의 이종근과 공주의 김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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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고운 자태를 뽐내던 봄꽃들이 떨어지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내년에도 똑같은 꽃을 피우기 위해 또 금년 한해를 부지런히 준비할께다. 온 지구상의 살아 숨쉬는 만물들은 그렇게 태어나서 자라고, 죽고, 피고 지는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어쩌면 살아 움직이는 우리 인간들의 일생과 무엇이 다르랴!
한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그 모습과 상황도, 사는 방법과 수단도, 생각과 철학도, 모두가 다르니 보람 있게 살면서 큰 자취를 남기고 가는 사람, 부적절한 흔적만 남기고 가는 사람, 각양각색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이에 오늘은 자랑스런 당진땅 고대면 장항리에 고향을 둔 제약업계의 큰별  『종근당』 창립자 이종근 회장과 130여년 전 공주에서 태어나 땅부자로 명성을 남긴 『김갑순』 두 인물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요즈음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이 석연치 않아 당사자는 오직 투자일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 투기라고 논란이 되는가 하면 새 정부의 강남 부자 수석비서관들이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으니 어쩌면 중간에 낙마가 불가피한 공직자들이 나올법하다.
하여튼 이 문제는 지켜볼 일이고 종근당 제약의 이종근은 약관에 당진에서 맨손으로 상경해 철공소 견습공, 정미소 배달원, 약품 배달원 등으로 고학하면서 배움을 쌓았으며 약종상 이력으로 1941년 『궁본약방』을 창업하고 1946년 해방 뒤 『종근당』 약방으로 개명한 후 50년대부터 그 유명한 다이아졸 연고, 강신 빈대약, 산토닌 구충제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23년 뒤인 1969년 주식회사 『종근당』으로 다시 몸집을 추스르고 어엿한 한국의 전문 제약기업으로 성장해 세계 굴지의 제약사들과 기술제휴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치료제, 영양제 등 최상의 약품을 생산하는 초인류 기업으로 성장을 하고 있지만 전문제약기업의 유지를 위해 그 흔한 자매그룹 하나 세우지 않고 오직 국민건강만을 지키고 있는 기업이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인 공주 출신의 땅 부자 김갑순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1872년 태어나 공주 감영(관청)에서 노비 신분을 갖고 심부름을 하던 관노였으나 남다른 처세술과 야망을 키워 노비신분을 벗으며 벼슬길에 올라 부여군수, 임천군수, 아산군수 등 6개 지역 군수를 지내면서 권력과 명예를 등에 업고 재물을 탐내다가 삭탈관직까지 당할 뻔 했던 사람이다. 그는 친일세력과 투합해 일제정부 하에서는 온갖 개발정보를 빼내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한밭(지금의 대전)에 40%정도의 땅을 투기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으므로써 조선 제일의 전형적인 땅 투기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당시 공주와 대전 지역에 소유한 땅만도 3천 4백여 정보라니, 1정보가 3천 평이니까 1천만 평이 넘는 땅을 소유하고 있어 충청지역은 김갑순의 땅을 밟지 않고는 다니지 못한다는 소문이 틀린 말은 아니었을께다.
그러나 지금 그가 남긴 재산과 부동산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 후손들이 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도 하겠지만 이를 아는 이도 없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설이다.
한 일생을 살면서 한 사람은 출신지역 사람들에게 긍지를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사회기업을 만들고 후학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번성 시키며 전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역사적 사업 투자가로 이름을 남겼고 다른 한사람은 돈과 빽으로 벼슬을 사고 조선제일의 갑부였다고는 하나 후세에 남은 기록은 땅 투기꾼일 뿐이 되었다.
우리네 인생이 백년 살기도 힘든데 천년은 살 것처럼 무리한 의욕과 욕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으니 참 인간답게 살다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요즈음 어느 유행가처럼 “있을 때 잘해” 라는 노래가 불리어진다.
제발 위장하며 살지 말고 아주 작지만 큰마음으로, 아주 작지만, 정성과 고마움으로, 아주 미미한 것 같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작은 온정이지만 이웃과 함께 사는 모습으로 한 일생을 살아간다면 다음 후세들은 이런 분에게는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었던 좋은 분이었다고,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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