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뉴스
  • 입력 2008.01.21 00:00
  • 호수 695

[기획르포] 고대1리 주민들의 불투명한 미래 이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해 피해로 유명한 ‘광양시 태인동’보다 더욱 심한 피해지역 될 것” 주민들은 이주 원하지만 대안 없어

 편집자주
 현대제철 고로제철소와 동부제강 전기로. 거기에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흔히 ‘안섬포구’라 불리는 송악면 고대1리의 주민들이 최근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단어이면서 그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단어다. 배는 25척, 맨손어업 신고만 140건. 주민등록상 인구가 5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어업은 이들에게 필수 생계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고대1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이들을 점점 힘들게 하고 있다.

현수막에 담긴 주민들의 마음
 안섬포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동부제강이 최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전기로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민들이 내건 이 현수막. 동부제강 전기로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인 것 같지만 이 현수막 하나에 담긴 주민들의 절박한 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대1리는 현대제철과 동부제강 사이에 위치해 있는 마을. 한쪽에서는 현대제철의 공장과 맞닿아 있으며 현대제철에서 오는 먼지와 철가루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고대1리에 살고 있는 하헌서 안섬풍어제 집행위원장은 “철가루가 날아다녀 빨래는커녕 여름에도 창문 열기가 겁난다”며 “주민들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철가루 피해는 이미 지난 2005년 현대제철 내 하청업체의 철가루 배추 오염 사건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동부제강이 전기로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고대1리를 더욱 어려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전기로는 현대제철이 추진하고 있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얻는 일관제철소의 고로방식이 아닌 고철을 녹여 쇳물을 얻는 방식으로 현대와 포스코에 이어 3번째다. 현대제철의 고로제철소가 가져올 막대한 환경피해에 동부제강의 전기로가 더해진다면 고대1리 주민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 것은 자명하다.

어려워지는 안섬포구 주민들의 삶
 지난 15일 찾은 안섬포구의 느낌은 ‘썰렁’이었다. 곳곳에는 빈집들이 흉가처럼 변해 있었으며 상당수의 건물들은 조립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이같은 조립식 건물들에서는 인근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숙식을 해결하곤 한다. 그러나 원래 주민들 중에도 이들과 큰 차이없이 사는 경우도 많다.
 고대1리의 이길원 이장은 “독거노인들이나 자녀들 없이 사는 내외만 사는 노인들의 삶은 어렵다는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며 “노인들은 현대제철과 동부제강의 거대 공장 입주 소식에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길원 이장은 “동부제강에 전기로 사업 중단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사업 자체를 취소시킬 수는 없고 최소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대1리를 돌아보며 조립식 건물 외에도 허름한 집이나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길원 이장은 “고대1리가 140여세대인데 이렇게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 20여가구 정도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위협’, 황해경제자유구역
 두 거대공장 사이에 끼어 주민들이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에서 고대1리 주민들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위협’이 가져올 불투명한 미래에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 전 황해경제자유구역이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주민들이 이 지역을 떠나야할지도 모른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면 잇따른 공장입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터전과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기 때문.
 또한 고대1리는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에서 제외되어 있어 더욱 주민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차라리 개발계획에 포함되면 집단 이주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어렵고 개발의 틈에 끼어 어민들이 피해만 입는다. 고대1리 경로당에서 만난 지운기 전 안섬풍어제 집행위원장은 “동부제강이나 현대제철의 공장 입주로 인한 피해만으로도 주민들이 살기가 어려운데 경제자유구역까지 들어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며 “개발도 좋지만 최소한 주민들이 살아갈 수는 있게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박선영 고대리 어촌계장은 “고대1리에는 어선이 25척이고 맨손어업신고만 140여건에 달한다”며 “바다의 매립이나 공장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생계로 삼고 있는 바다가 없어지면 이들은 모두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태안의 기름유출까지 ‘설상가상’
 태안지역의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나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당진까지 기름유출이 되지 않았지만 서해안 전체가 이미지 추락의 피해를 입었고 고대1리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박선영 어촌계장은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직접 해산물을 들고 시식회까지 했겠는가”라며 “무책임하게 보도하고 있는 언론도 문제지만 지금은 기름유출사고에서 태안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해 이미지 추락의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진군과 당진수협 등에서 태안의 기름유출사고 여파로 위축되고 있는 지역 해산물의 소비를 위해 시식회를 열었지만 고대1리에서도 자체적으로 시식회를 준비하고 있다.

제2의 태인동 되는 것은 시간문제
“이주만이 살 길”

 생계와 터전 모두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주민들은 최선의 대책은 ‘이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에서도 제외됐고 50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이주를 일개 기업에서 추진하기도 어렵다.
 주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길원 이장은 “동부제강에 전기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생활터전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앞날을 생각한다면 주민들의 단체 이주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한창 고로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던 당시 포스코가 광양시에 지은 고로제철소 덕분에 ‘황폐화’되어버린 광양시 태인동이 크게 주목을 받았었다. 고대1리 주민들은 “현대제철에 동부제강, 경제자유구역까지 더해지면 고대1리가 제2의 태인동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며 오히려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2의 태인동 되는 것, 시간문제”
송악면 고대1리 이길원 이장

 “제2의 태인동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주민들을 이주해 한 곳에 모여 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송악면 고대1리 이길원(41) 이장은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모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개발도 좋지만 개발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길원 이장은 개발의 이면에서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온 광양시 태인동의 이야기를 꺼내며 “고대1리는 태인동보다 더욱 유명한 공해피해지역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에서 제외된 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주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고 하는 건지...”
 이길원 이장은 “최소한 주민들이 먹고 살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개발도 좋지만 평생을 고향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