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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8.25 00:00
  • 호수 480

호치민과 하롱베이의 나라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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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신문사 창간10주년 기념 "독자들과의 해외여행"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이하는 당진시대 신문사에서 지난 8월6일부터 10일까지 독자들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인구 7천4백만명의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위치한 나라다. 이 나라의 수도 하노이(강 안쪽이라는 뜻)는 정치 문화의 중심도시로 처음 수도로 정해졌을 당시에는 탄롱이라 불려졌었다.
비행기는 하노이 공항에 사뿐히 미끄러져 내렸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는 이채로운 이국의 풍경들이 드넓게 펼쳐졌다.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토바이였다. 거리마다 수 십, 수 백대의 오토바이들이 몰려다니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이 외에도 베트남식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곡선이 아름다운 '아오자이'라고 불리우는 베트남의 전통의상이 인상적이었다.
40여분을 넘게 차를 타고 숙소인 대우호텔에 도착했다. 대우호텔은 예전 대우그룹에서 지은 호텔이다. 시내를 지나다니다 보면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가전제품도 대우제품이 다수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LG와 삼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되돌려 준 칼의 호수
짐을 풀고 나간 곳은 하노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환검호'(호안키엠호)라는 호수였다. '되돌려 준 칼의 호수'로 유명한 이 곳은 길이 700m, 폭 200m로 호수 주위에는 오래된 수목들이 곱게 빗은 머리를 내려트린듯이 아름답게 늘어져 있었다.
이 호수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전설을 지니고 있어 더욱 유명하다. 레로이 왕이 명나라의 침략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 후 호수 위에서 삼판을 타고 풍류를 즐기고 있는 중 갑자기 황금거북이 나타나 적을 또 다시 물리치기 위해 천신으로 하여금 그에게 성검을 주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호수 북단에는 붉은색 목조 다리로 닿을 수 있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느곡손(옥산신사) 사원은 13세기 몽골리안에 대항해 싸운 트란 흥 다오장군에게 헌정된 것이다. 호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거북 탑은 하노이의 상징물로서 야간에는 아름답게 빛난다.

베트남의 자존심, 호치민 묘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깊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호치민 묘였다. 베트남 국회와 공산당 본부 건물 맞은편 넓은 바단 광장에 위치한 호치민 묘는 짙은 갈색의 대리석으로 마감된 사각형의 웅장한 건물이었다.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독립'과 '통일'이라는 두 가지 과업을 이룩해 낸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무덤 내부에는 호치민의 방부처리된 유해가 유리상자 안에 안치되어 있고 4명의 호위병들이 그의 넋을 비호하고 있다. 마치 잠을 자듯이 고요하게 감겨있는 눈은 격랑의 세월을 버텨온 굳은 신념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호치민 묘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관람일정을 잘 조정해야 한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묘를 개방하지 않고 관람시간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을 만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반바지나 짧은 치마, 민소매 등의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며, 선글라스 착용과 사진촬영도 금지돼 있다.
호치민 묘 부근에는 호치민이 살았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검소하게 살았던 그의 생을 보여주듯이 집은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집 주변에는 이름모를 아름드리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늘어서 있다.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호치민의 얼굴을 뒤로하고 우리는 일주사로 향했다. 일주사는 건물의 기둥이 하나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러 오는 베트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연꽃이 다소곳이 피어있는 사찰 주변을 둘러본 뒤 일행은 닝빙으로 향했다.

육지의 하롱베이 닝빙
닝빙은 하노이 남쪽에 위치한 인구 90만의 도시이다. 닝빙에는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우는 땀콕이 유명하다. 석회암으로 된 기암 괴봉이 늘어서 있고, 작은 배를 타고 그 곳을 구경할 수 있는 관광코스가 있다.
함석으로 만든 배에는 사공이 두 사람이었고 한 배에 두 세 명의 관광객들이 탈만한 공간이 있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서서히 땀콕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상류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바위산들은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강 옆으로 간간히 소를 몰고 가는 농부의 모습과 떼지어 몰려다니는 오리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자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자연터널, 이 곳을 통과하면서 천정을 보았다. 종유석들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모양들은 자연의 신비감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종점까지 올라가는 동안 이러한 터널 두 군데를 더 통과했다.
천혜의 절경과는 달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나루에서부터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허락받지 않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장사꾼으로 돌변한 사공들은 이 곳 땀콕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밤에는 환검호 근처에 있는 수상인형극장에서 환검호의 전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태국의 전통 수상연극을 관람했다.

용들이 잠자는 곳, 하롱베이

하롱베이는 '하늘에서 용이 내려온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아주 먼 옛날, 이곳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 하늘에서 용들이 내려와 바다 위에 폭우를 쏟고 격랑을 일으켜 외적을 격퇴했는데 그 모습이 하롱베이에 떠 있는 섬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롱베이 앞바다에는 꿈틀거리는 용처럼 각양각색의 섬들이 3천여 개나 떠 있다. 일행은 배를 빌려 타고 이 기암괴석의 숲으로 나아갔다. 섬들은 마치 바다에 수석을 전시해 놓은 것처럼 그 모양 하나하나가 감탄사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거대한 바위산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모양으로 다가오는 섬들, 도연명이 이 곳에 왔었다면 아마도 무릉도원이란 말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롱베이 앞바다에는 수없이 많은 이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거의 일지 않는다. 5시간 동안의 항해에도 배멀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한참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한 섬에 내렸다. 섬의 한쪽에는 모래사장과 수상가옥이 있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 근처를 가득 메웠다. 그리 높지 않은 전망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에서 바라본 하롱베이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섬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배, 물 위에 그려지는 배의 자취,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현실이 아닌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배를 타고 간 곳은 수상시장, 이 곳에서 산 생선으로 선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천하의 절경을 사방에 둘러두고 배 위에서 맛보는 베트남의 전통주와 생선회, 그 순간만큼은 복잡한 인간세계를 잊고 신선의 세계로 들어선 듯했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지 자꾸만 뒷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신선의 세계'를 가슴에 담아두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도공마을에 들러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견학한 후 우리는 밤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노이로 향했다.
여전히 오토바이들로 붐비는 하노이의 밤거리를 지나면서 다시 한 번 호치민의 잠든 모습과 하롱베이의 절경을 떠올렸다. 4일의 일정동안,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베트남의 향기가 밴 몸을 비행기에 실었다.

이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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